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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학습 시너지, 같이 공부시켰더니 생각보다 괜찮았던 이유

읽는 시간 약 7분

같이 하면 산만하고, 따로 하면 심심해하고

첫째와 둘째, 나이 차이가 좀 있는데 둘 다 공부시켜야 하니까 시간을 아끼려고 같이 앉혀놓고 공부시킨 적이 많았습니다. 근데 그때마다 둘이 장난치고, 서로 경쟁하듯 싸우고, 결국 각자 공부는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역시 따로 시켜야 하나” 싶어서 방을 나눠 각자 공부시켜봤는데, 이번엔 또 너무 조용해서 신경 쓰이고, 둘 다 지루해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형제 학습 시너지, 핵심은 ‘같이 vs 따로’가 아니었다

어느 쪽이 맞는 건지 계속 헷갈리던 중, 우연히 첫째한테 동생이 모르는 걸 설명해보라고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딱히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첫째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평소 자기 공부할 땐 대충 넘어가던 부분을, 동생한테 설명할 땐 더 신경 써서 짚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이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내용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가르치는 쪽 아이의 이해를 오히려 더 깊게 만들어준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형제자매 사이의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는 학습 심리학에서 오래전부터 다뤄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즉 같이 앉혀놓는 것 자체보다, 그 시간에 서로 어떤 역할을 맡는지가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 상태 확인하기

“정말 가르치면서 뭔가 얻는 게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노는 건지” 궁금해서 첫째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부모: “동생한테 이거 어떻게 푸는지 설명해줄 수 있어?” 첫째: “음… 이렇게 하면 되는데… 잠깐만, 제대로 설명해볼게요.” 부모: “설명하려니까 어때? 그냥 풀 때랑 다른 느낌이야?” 첫째: “저도 다시 생각하게 돼요. 그냥 풀 땐 대충 넘어갔는데, 설명하려니까 왜 이렇게 되는지 저도 다시 봐야 해요.” 부모: “동생은 형 설명 들으니까 어때?” 동생: “형이 알려주니까 더 편해요. 선생님이 말하는 거보다 편해요.”

가르치는 아이가 “저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면, 이건 노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아이에게도 학습이 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오늘 저녁이라면, 첫째가 이미 잘 아는 단원 하나를 골라서 “동생한테 설명 한번 해줄래?”라고 가볍게 시켜보는 것으로 바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형제를 함께 공부시키는 3단계

1단계. 같은 문제를 각자 풀게 하지 말고 역할을 나누기

나란히 앉혀 각자 문제집을 풀게 하는 대신, 한 명은 설명하고 한 명은 듣는 역할을 줍니다.

부모: “오늘은 형이 선생님, 동생이 학생 해볼까?” 첫째: “저 진짜 선생님처럼 해도 돼요?” 부모: “그럼, 대신 동생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줘야 해.” 동생: “저는 질문해도 돼요?” 부모: “당연하지, 모르는 건 형한테 물어봐도 돼.” 첫째: “그럼 저 진짜 선생님처럼 칠판도 그릴래요.”

오늘 저녁 숙제 중 하나를 골라서, 시작 전에 “이번엔 형이 선생님 해볼까?”라고 역할만 정해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2단계. 가르치는 아이 수준에 맞는 내용 고르기

가르치는 아이가 이미 아는 내용, 배운 지 얼마 안 된 내용으로 골라 부담을 줄입니다.

부모: “지난주에 배운 것 중에 동생한테 알려줄 수 있는 거 있어?” 첫째: “이거요, 이건 저도 잘 아는 거예요.” 부모: “혹시 어려워서 설명하기 힘든 건 없어?” 첫째: “이건 저도 아직 헷갈려서 못 알려줄 것 같아요.” 부모: “그럼 그건 빼고, 잘 아는 것부터 해볼까?”

가르칠 내용을 고를 때는 아이에게 직접 “이거 알려줄 수 있겠어?”라고 물어서, 아이 스스로 자신 있는 것을 고르게 하면 부담 없이 시작됩니다.

3단계. 역할을 번갈아 가며 둘 다 가르치는 경험을 주기

한쪽만 계속 가르치게 하지 않고, 역할을 바꿔가며 둘 다 설명하는 입장이 되어보게 합니다.

부모: “다음엔 동생이 형한테 뭔가 알려줄 수 있는 거 없을까?” 동생: “저도 할래요! 저 이거 알아요! 이거 제가 더 잘해요!” 첫째: “진짜? 그럼 나 학생 할게.” 부모: “좋아, 이번엔 동생이 선생님이네. 형은 진짜 모르는 것처럼 질문해줘.” 첫째: “네! 저요, 저요, 이거 왜 이렇게 돼요?”

일주일에 한두 번, 역할을 바꿔서 동생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게 하면 두 아이 모두에게 골고루 도움이 됩니다.

유의사항

  • 나이 차이가 너무 크거나, 가르치는 아이가 부담을 느낀다면 짧은 시간부터 시작합니다.
  • 경쟁 구도로 흐르지 않도록, “누가 더 잘하나”가 아니라 “같이 완성한다”는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 이 방법이 모든 형제 조합에 똑같이 잘 맞는 것은 아니며, 아이들의 나이 차이나 성향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이 있을 때 무엇을 하는지가 달랐다

역할을 나눠준 뒤로, 같이 앉아있는 시간이 무작정 산만하지만은 않게 됐습니다. “같이냐 따로냐”보다, 같이 있을 때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주는지가 핵심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참고한 연구 자료

  • Cicirelli, V. G. (1976). Sibling teaching siblings. In V. L. Allen (Ed.), Children as Teachers: Theory and Research on Tutoring. Academic Press. — 형제자매 사이의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다룬 초기 연구 중 하나로, 형제 간 교수 상호작용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습니다.
  • Roscoe, R. D., & Chi, M. T. H. (2007). Understanding tutor learning: Knowledge-building and knowledge-telling in peer tutors’ explanations and questions. 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 77(4). — 또래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설명을 구성하는 활동 자체가 가르치는 쪽 학생의 지식 구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리한 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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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배움과 경험을 기록하는 학부모의 학습과학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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