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아이의 국제학교 적응기: 만 3세 입학부터 4년 후까지
부모의 일로 해외에 나가게 되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아이의 학교입니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어린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도 괜찮을까요? 선생님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면 어떡할까요?
저희 아이는 만 3세에 영국식 국제학교 Nursery에 입학했습니다. 영어는 알파벳을 겨우 익힌 정도였고, 낯을 많이 가려 처음에는 학교 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입학 후 2주 넘게 교문 앞에서 울었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해 실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영어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 공연의 주인공을 맡고, 학년에서 한 명에게 주는 학업 우수상(Academic Award)을 받고, 스펠링 비에서 2년 연속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하우스 캡틴에 직접 도전해 친구들 앞에서 연설했고, 실제로 하우스 캡틴이 되었습니다.
4년 동안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영어를 미리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보다 아이가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시작하도록 돕는 일이 먼저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저희 아이가 국제학교에 적응한 과정과 부모로서 실제로 해 본 일, 그리고 그 경험을 돌아보며 도움이 됐다고 느낀 점을 정리했습니다. 아이마다 적응 속도는 다르지만, 입학 전 무엇을 준비하고 학교와 어떤 부분을 상의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제학교 입학 전, 영어 실력은 얼마나 필요할까?
현지 영어유치원과 국제학교, 무엇을 비교할까?
저희 집에서 국제학교까지는 차로 20분 거리였습니다. 스쿨버스도 있었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서 처음에는 제가 매일 데려다주었습니다.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작은 아이를 매일 차로 20분씩 태워 보내야 할까? 어린아이에게는 집 가까운 곳이 편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가 바로 달려갈 수 있고, 통학 시간도 짧으면 아이가 덜 힘들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집 근처에는 현지 영어유치원도 있어서 그곳에 보내 볼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국제학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방문한 두 곳은 교사 구성과 수업 분위기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국제학교에는 영국 출신 교사가 많았고, 제가 상담하고 수업 환경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도 국제학교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 이유였습니다.
다만 이것은 제가 방문한 두 기관을 비교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학교를 선택할 때는 교사의 국적뿐 아니라 유아교육 경험, 아이를 대하는 방식, 영어가 서툰 아이를 지원하는 방법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학비 부담도 컸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회사에서 학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원이 없었다면 선택을 고민하는 정도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집 바로 앞에 국제학교가 있었다면 그곳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통학 거리와 교사의 교육 경험, 학교의 지원 체계, 학비를 함께 비교해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국제학교 입학 인터뷰: 아이와 부모에게 묻는 질문
저희는 한국에 있을 때 학교와 줌(Zoom)으로 입학 인터뷰를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화면 너머로 아이에게 영어로 질문했습니다.
- 어떤 색깔을 좋아하니? 아이는 “Blue”라고 답했습니다.
- 무엇을 좋아하니? 숫자를 좋아한다고 하자, 어떤 숫자를 좋아하는지 이어서 물었습니다.
- 집에 클레이가 있다면, 좋아하는 색깔의 클레이로 좋아하는 숫자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니?
옆에서 제가 “무슨 색깔 좋아해?” 하고 한국어로 거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는 영어 문장을 얼마나 유창하게 말하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라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간단한 질문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살펴보는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를 본 뒤에는 부모 인터뷰가 더 길었습니다. 왜 이 학교에 오려고 하는지, 아이와 주로 어떻게 노는지, 아이와 하루에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지,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영어 실력 외에도 성향과 관심사, 부모의 교육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Nursery나 Reception이라고 해서 모든 학교가 영어 실력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원하려는 학교의 입학 기준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학 전에 한 것: 페파피그와 한 줄짜리 영어책
영어 학원이나 별도의 영어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두 가지를 꾸준히 했습니다.
- 만화 페파피그(Peppa Pig)를 영어로 자주 보았습니다.
- 한 줄짜리 영어 그림책인 리더스북을 입학 전후로 많이 읽어 주었습니다.
정말 쉬운 책들이었습니다. 첫해에만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어 준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권수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고 새로운 책도 꾸준히 접했습니다.
쉬운 영어책을 함께 읽는 활동이 영어를 배우는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Fitton, McIlraith, Wood, 2018)은 영어를 새로 배우는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54편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함께 책 읽기가 언어 및 문해력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저희 아이에게도 책 읽기가 도움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책 읽기만으로 영어 발달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을 듣고, 친구들과 놀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사용한 경험도 함께 작용했을 것입니다.

국제학교 입학 초기 적응: 첫 2주의 경험
입학하고 2주 넘게 아이는 학교 문 앞에서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집에 와서도 학교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만 했습니다.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힘들어하니 저도 많이 속상했습니다.
‘이렇게 어린아이를 굳이 차로 20분이나 가는 학교에 보내야 할까?’
그 생각이 매일 들었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것이 문제인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힘든 것인지, 학교 환경이 낯선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선생님들의 세심한 관심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물어보셨습니다. 파란색과 숫자를 좋아한다고 하자 파란색과 숫자를 활용해 놀이를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교실까지 함께 들어가 잠깐 같이 놀았습니다. 아이가 진정되면 “3시 10분에 만나. 엄마가 문 앞에서 기다릴게”라고 인사한 뒤 나왔습니다.
처음 일주일쯤은 오전만 있다가 점심때 데리고 오기도 했습니다.
모든 아이가 이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신나게 교실로 뛰어 들어갑니다. 반대로 저희 아이처럼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가 미리 해 둘 수 있는 것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과 놀이, 캐릭터를 담임 선생님께 미리 알려 주세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활동은 선생님과 친해지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등원할 때는 짧고 분명하게 인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3시 10분에 만나. 엄마가 문 앞에서 기다릴게”라고 말했다면 약속한 시간에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부모가 언제 오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셋째, 적응이 특히 힘들다면 학교에 적응 지원 방법을 문의해 보세요. 교실에 잠깐 함께 들어갈 수 있는지, 초기 등원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지 등은 학교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어려움을 혼자 해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담임 선생님과 함께 방법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영어가 서툰 아이의 화장실 의사소통 준비
입학 초에는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해 바지에 실수한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메일로 알려 주셨고, 젖은 옷은 비닐에 담아 보내 주셨습니다.
한국 어린이집에서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던 아이라 저도 당황했습니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잘하던 일도 언어와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다그치지는 않았습니다. 실수 자체에 대해서는 아예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 주었습니다.
- 말하기 부끄러우면 손만 들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 ‘toilet’이라는 단어 하나만 선생님께 말하면 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 화장실 위치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영국식 학교라 ‘toilet’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어린아이라면 긴 문장보다 짧은 단어부터 익히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이가 미리 익혀 두면 좋은 영어 표현
| 상황 | 영어 표현 |
|---|---|
|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 I need the toilet. |
| 화장실이 어디예요? | Where is the toilet? |
| 도와주세요. | Can you help me, please? |
| 아파요. | I’m hurt. |
| 물을 마시고 싶어요. | Can I have some water, please? |
모든 표현을 완벽하게 말하도록 연습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편한 방식으로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학교와 미리 약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Nursery와 Reception 반에는 여벌 옷을 사물함에 넣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이를 세심하게 챙겨 주셨습니다. 여벌 옷을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입학 전에 학교에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아이에게 실수가 생겼을 때 부모가 담담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낯선 환경에서 일어난 일을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기기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지 알려 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국제학교에서 영어가 늘기까지: 첫 6개월
저희 아이는 입학 직후에는 영어 단어 몇 개만 말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 시기 | 저희 아이의 모습 |
|---|---|
| 입학 직후 | 영어 단어 몇 개만 말했습니다. |
| 한 달쯤 | 학교에서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
| 3개월쯤 | 학교생활에 적응한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
| 6개월쯤 |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표현하고 친구들과 잘 놀았습니다. 영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순간도 생겼습니다. |
이는 저희 아이의 경험입니다.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영어를 익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아이가 말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아무것도 못 배우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아이는 한동안 말을 거의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흔히 ‘침묵기(silent period)’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영국 리즈베켓대학교의 Caroline Bligh(2014)는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는 교실에서 어린 이중언어 학습자가 침묵하는 동안 어떤 방식으로 교실에 참여하는지 살펴봤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 따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놀이를 관찰하고, 행동으로 반응하며 교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침묵이 길어질 때 무조건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아이가 수업을 이해하는지,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또래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계속 힘들어한다면 학교와 함께 원인을 살펴보고 지원 방법을 찾아보세요.
저희 아이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부터 어려워했지만, 선생님과 놀이를 하고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학교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말하기를 재촉하기보다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제가 이 시기를 돌아보며 배운 점입니다.
국제학교 EAL 지원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영어가 서툰 아이를 지원하는 교육을 EAL(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이라고 합니다. 영어를 추가 언어로 사용하는 학생이 수업과 학교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을 뜻합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Nursery와 Reception 때 별도의 EAL 수업을 하지 않았고, Primary인 Year 1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린 반에서는 교실 안에서 놀이와 대화를 통해 영어를 익히는 방식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렇다면 영국식 국제학교의 어린 반에서는 왜 별도의 EAL 수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요?
영국의 EYFS(Early Years Foundation Stage)는 잉글랜드의 유아교육·보육기관에 적용되는 법정 기준으로, 영국식 국제학교의 Nursery와 Reception도 대부분 이 기준을 따릅니다. 이 기준은 영어가 추가 언어인 아이에게 놀이와 배움 속에서 가정에서 쓰는 언어를 사용할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유아 단계 동안 영어를 충분히 익혀 Year 1을 시작할 준비가 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반에서는 아이를 교실 밖으로 따로 데리고 나가기보다, 교실 안의 놀이와 대화 속에서 영어를 익히게 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다만 영국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제학교라고 해서 모든 학교가 같은 방식으로 EAL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별도 수업을 시작하는 시기와 지원 방식은 학교마다 다릅니다. 교실 안에서 영어를 지원하는 학교도 있고, 소그룹 수업이나 개별 지원을 제공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국제학교별 EAL 운영 사례
각 학교의 공개 안내를 바탕으로 정리한 사례이며, 운영 방식은 바뀔 수 있습니다.
| 학교 | EAL 지원 시작 시기 | 안내된 지원 방식 |
|---|---|---|
| 영국국제학교 하노이 | Year 1부터 | 공개 안내에 별도 설명 없음 |
| 세인트앤드루스 국제학교 두싯 | Year 1부터 별도 수업 | 교실 내 말하기·듣기 활동, 이중언어 보조교사 등 |
| 광저우 영국학교 | Reception부터 | 소그룹 수업, 1:1 지원 등 |
입학 상담 때는 다음 두 가지를 꼭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 EAL 지원은 몇 학년부터 시작하나요?
- 그 전에는 영어가 서툰 아이를 교실 안에서 어떻게 돕나요?
가능하다면 추가로 지원 대상 선정 기준, 지원 빈도, 부모에게 제공되는 피드백 방식도 확인해 보세요. EAL 수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실제로 어떤 지원이 제공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학교 선생님과는 어떻게 소통할까?
메일
저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오히려 메일이 편했습니다. 전하고 싶은 내용을 번역기로 초안을 만들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며 천천히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AI 번역 도구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겪은 일이나 선생님께 부탁하고 싶은 내용을 미리 정리해 두면 언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적응하는 초기에는 집에서 관찰한 행동이나 어려움을 선생님께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 앱
저희 학교에는 한국의 키즈노트처럼 아이들이 하루 동안 지낸 모습을 사진으로 올려 주는 앱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학부모 면담
저희 학교에서는 학기 시작과 학기 말쯤 면담이 있었습니다. 면담 때는 아이가 수업에 잘 참여하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영어가 부담스럽다면 면담 전에 질문을 몇 가지 적어 두세요. 질문을 미리 준비하면 긴장되는 자리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반에 한국 친구가 있으면 좋을까?
저희 학교는 한국 아이가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한 반에 1명, 한 학년에 많아야 3명 정도였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같은 반에 한국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처음 온 아이에게 먼저 다니던 한국 친구가 학교생활을 알려 줄 수 있었고, 저 역시 다른 한국 학부모에게 학교생활을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 친구가 있다고 해서 영어가 늦어진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규칙이 있었고, 아이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렇다고 한국 친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에 따라 또래 버디를 연결해 주거나 교사가 새로 온 아이를 돕기도 합니다. 한국 친구의 유무뿐 아니라 아이가 친구를 사귈 기회가 있는지, 교사가 새로운 학생의 적응을 어떻게 지원하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영어가 서툰 아이를 위한 집에서의 준비
집에서 영어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기에는 공부라는 것 자체를 거의 시키지 않았습니다. 산수는 보드게임과 교구를 활용해 놀이하듯 했습니다.
대신 늘 염두에 둔 것은 책이었습니다. 영어책과 한국어책을 비슷한 비중으로 꾸준히 읽어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영어로 생활하다 보면 아이는 점점 영어가 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한국어로 대화하고 책을 읽는 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영어책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접하는 기회가 되었고, 한국어책은 익숙한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표현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두 언어를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각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Mak 외(2023)의 연구는 미국의 중국계·멕시코계 이민 가정 아동 132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이중언어 인식, 가정의 언어 환경, 아동의 모국어 구사 능력 사이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부모일수록 아이의 모국어 구사 능력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책을 읽어 주는 횟수만으로 모국어 어휘 발달이 결정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해외에서 생활하더라도 모국어를 소중하게 여기고, 집에서 한국어로 대화하고 책을 읽는 환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미리 확인하면 좋은 항목
국제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을 준비해 보세요.
-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와 관심사를 영어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도록 정리합니다.
-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사용할 표현을 연습합니다.
-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의 성향과 선호하는 놀이를 미리 전달합니다.
- 등하원 방식과 초기 적응 지원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 EAL 지원 시기와 영어가 서툰 아이를 위한 학교의 지원 정책을 확인합니다.
- 영어책과 한국어책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항목들을 모두 완벽하게 준비해야 입학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할 때 조금 더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준비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국제학교 입학 전후, 도움이 된 것과 불필요했던 공부
잘한 것: 책을 많이 읽어 준 것
4년을 돌아보면 가장 도움이 됐다고 느끼는 것은 책이었습니다.
쉬운 영어책을 수없이 읽은 것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됐고, 한국어책은 한국어를 계속 사용하고 익숙한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 읽기만으로 아이의 영어 발달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부담 없이 언어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꾸준히 마련했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안 해도 됐던 것: 너무 일찍, 억지로 시킨 공부
6살쯤에는 한국에 있는 또래와 자꾸 비교가 되어 한글 공부를 억지로 시켰습니다. 아이가 너무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7살쯤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 집중적으로 시작하니 금방 익혔고, 그때부터 혼자 책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7살 초에는 한자 공부도 시켜 보려 했지만, 아이도 저도 스트레스만 받았습니다.
해외에 있으면 한국 또래와 비교하게 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미 하고 있을 것 같은 공부를 우리 아이만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마다 준비되는 시기가 다릅니다. 제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다른 아이의 속도에 맞추기보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어려워하고, 어떤 방식으로 배울 때 편안하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공부를 아이가 원할 때까지 미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학습을 무조건 앞당기기보다, 발달 단계와 실제 필요를 살펴 적절한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4년 후 달라진 학교생활: 낯가림 많던 아이의 변화
교문 앞에서 들어가지 않으려던 아이는 지금 학교에서 낯가림이 크게 줄었습니다.
Nursery와 Reception 때 학교 공연 무대에서는 노래도 부르지 않고 쭈뼛쭈뼛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Year 1부터는 공연마다 주인공을 맡기 시작했고, 이제는 무대에 오르는 것을 정말 즐깁니다. 무대에서 노래 한 소절도 부르지 않던 아이가, 지금은 학교 합창단(Choir)에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Year 1에는 학년에서 한 명에게 주는 학업 우수상(Academic Award)을 받았습니다. Year 1부터 참가한 스펠링 비에서는 Year 1과 Year 2에 2년 연속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는 아이가 스스로 하우스 캡틴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일이었습니다.
하우스 캡틴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연설을 스스로 연습해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고, 실제로 하우스 캡틴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친구들 앞에서 더 모범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처음에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서, 입학 초기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언제쯤 학교를 편안하게 다닐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영어가 서툰 데다 낯까지 많이 가리니, 국제학교가 아이에게 맞는 선택인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영어를 미리 완벽하게 준비하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로 다가와 주고, 집에서는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아이가 자기 속도로 학교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지금 국제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하고 계신 부모님께 저희 가족의 경험이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학교생활을 미리 걱정하기보다, 학교가 어떤 지원을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준비해 보세요.
처음 몇 주와 몇 달이 아이의 학교생활 전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자리를 잡아 갈 수 있도록, 부모도 조금씩 함께 배워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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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Fitton, McIlraith, Wood (2018),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를 위한 함께 책 읽기 연구 메타분석, 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
- Bligh (2014), 어린 이중언어 학습자의 침묵과 교실 참여, The Silent Experiences of Young Bilingual Learners
- 영국 교육부, Statutory Framework for the Early Years Foundation Stage, 2026년 9월 시행본 “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항목
- 영국식 국제학교 EAL 안내: 영국국제학교 하노이, 세인트앤드루스 국제학교 두싯, 광저우 영국학교
- Mak 외 (2023), 부모의 이중언어 인식과 가정의 언어 환경, 아동의 모국어 구사 능력, Frontiers in Psychology
이 글은 해외에서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낸 부모가 직접 겪은 일과 관련 연구 자료를 함께 정리한 글입니다. 개인의 경험은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으며, 학교마다 입학 기준과 지원 방식이 다릅니다. 우리 아이의 성향과 지원하려는 학교의 환경에 맞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수정일: 2026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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