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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여러 가지 지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작업기억을 고려한 지시법

읽는 시간 약 5분

가방만 들고 나온 아이

“방에 가서 가방 갖고 오고, 물통 채워오고, 숙제 꺼내놔”라고 세 가지를 한 번에 시켰는데, 아이가 방에서 나올 때 손에 든 건 가방뿐이었습니다. “왜 나머지는 안 가져왔어?”라고 물으니 아이도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분명 다 듣고 대답도 했는데 말입니다.

아이가 여러 가지 지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찾아보니 이런 모습은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이고, ‘작업기억’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작업기억은 정보를 잠깐 붙잡아두면서, 동시에 그 정보로 뭔가를 처리해야 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과 처리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냥 기억력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 용량은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고, 나이가 들면서 점진적으로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 가지 지시를 순서대로 들을 때, 마지막 지시를 듣는 순간 이미 앞의 지시를 붙잡아두는 데 용량을 쓰고 있었다면, 그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밀려날 수 있습니다. 지시를 안 들어서가 아니라, 붙잡아두는 용량을 넘어선 것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 상태 확인하기

먼저 아이가 정말 안 들은 건지, 듣고도 놓친 건지 확인했습니다.

부모: “아까 세 가지 얘기했잖아, 뭐였는지 기억나?” 아이: “가방이랑… 또 뭐였죠?” 부모: “듣고 있었어?” 아이: “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까먹었어요.”

‘듣긴 들었는데 까먹었다’는 반응이 나온다면, 주의력 문제라기보다 작업기억 용량을 넘어선 지시였을 가능성을 먼저 살펴볼 만합니다.

작업기억을 고려한 지시법 3단계

1단계. 한 번에 지시하는 개수 줄이기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말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개수로 나눕니다.

부모: “오늘은 딱 두 가지만 부탁할게. 가방이랑 물통.” 아이: “그거면 돼요? 좋아요.” 부모: “응, 이거 하고 나면 다음 거 알려줄게.”

2단계. 순서대로, 하나 끝나면 다음 지시하기

한꺼번에 나열하는 대신, 하나가 끝난 뒤 다음 지시를 줍니다.

부모: “가방 먼저 가져올래? 그거 하고 오면 다음 거 얘기해줄게.” 아이: “네!” (가방을 가져온 뒤) “이제 뭐예요?” 부모: “좋아, 이번엔 물통 채워올래?”

3단계. 아이에게 지시를 다시 말해보게 하기

지시를 준 직후, 아이가 이해한 대로 다시 말해보게 합니다.

부모: “방금 뭐 하기로 했는지 한번 말해볼래?” 아이: “가방 갖고 오고… 그다음에 물통이요.” 부모: “맞아, 그대로 하면 돼.”

유의사항

  • 지시 개수를 줄이는 게 아이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나눠주는 것임을 부모도 함께 받아들입니다.
  • 다시 말해보게 하는 것이 매번 필요한 건 아니고, 특히 놓치는 일이 잦을 때 확인 차원에서 활용합니다.
  • 나이가 들면서 작업기억 용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므로, 지금 개수를 줄이는 게 평생 그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나씩 나누니 달라진 것

한 번에 지시하는 개수를 줄이고, 순서대로 나눠서 전달한 뒤 달라진 게 있었습니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말했을 때는 하나만 하고 끝났던 일이, 두 가지씩 나누니 둘 다 해내는 날이 늘었습니다. 아이가 안 듣는 게 아니라,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담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지시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참고한 연구 자료

  • Gathercole, S. E., Durling, E., Evans, S., Jeffcock, S., & Stone, S. (2008). Working memory abilities and children’s performance in laboratory analogues of classroom activities.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22(8). — 5~6세 아이들에게 여러 물건을 순서대로 다루는 지시를 준 연구에서,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정확도가 작업기억 능력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Gathercole, S. E., & Alloway, T. P. (2008). Working Memory and Learning: A Practical Guide for Teachers. Sage. — 작업기억이 약한 아이들이 교실에서 여러 단계의 지시를 완수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정리한 실무 지침서로, 지시를 짧고 단순하게 나누는 것을 주요 대응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Jenny
배움과 경험을 기록하는 학부모의 학습과학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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