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수학 못한다고 하면 안되는 이유: 저부터 바꾼 태도
아이 입에서 나온 익숙한 말투
수학 숙제 봐줄 때마다 저도 모르게 긴장했습니다. 사실 저도 학창시절부터 수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문제를 보면 살짝 긴장부터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수학 문제집을 펴면서 한숨을 쉬며 “수학은 원래 어려운 거잖아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 말투가 어쩐지 익숙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하던 말이랑 비슷했던 것입니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이 공부에도 영향을 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수학 숙제를 봐줄 때마다 “이거 엄마도 헷갈리네”, “수학은 진짜 어렵다니까”라는 말을 은연중에 자주 했습니다. 도와주려는 마음이었지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수학은 어려운 것이고 무서운 것”이라는 신호로 쌓였을 수 있습니다.
찾아보니 이건 저만의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부모의 수학 불안이 자녀의 수학 성취와 불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향이 부모가 수학 숙제를 ‘자주 도와줄 때’만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숙제를 자주 도와주지 않을 때는 부모의 수학 불안이 아이의 성취와 크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즉 부모가 불안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불안한 상태로 얼마나 자주, 어떻게 개입하는지가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아이 상태 확인하기
“정말 제 불안이 아이한테 전해진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 직접 물어봤습니다.
아이가 수학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짧은 질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수학 문제집 볼 때 기분이 어때?”
-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어?”
답을 듣고 바로 고쳐 주려 하지 말고, 아이가 어디서 그 생각을 얻었는지만 들어 봅니다.
아이의 말에서 부모가 평소 하던 말이 그대로 되돌아온다면, 불안이 이미 전해지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입니다. 오늘 아이와 짧게라도 “수학 볼 때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 입에서 나오는 표현이 내가 평소 하던 말과 닮았는지 확인해보면 됩니다.
태도 바꾸기 3단계
1단계. “나도 어렵다”는 말을 줄이기
무심코 하던 말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대신 다른 표현을 씁니다.
이렇게 바꿔 말해 볼 수 있습니다.
- 전: “이거 엄마도 헷갈리네, 수학은 진짜 어렵다니까.”
- 후: “어디 보자, 우리 같이 천천히 풀어 보자.”
오늘 숙제부터, “헷갈리네”라는 말이 나오려는 순간 “같이 천천히 보자”로 바꿔 말하는 것 하나만 의식적으로 연습해보면 됩니다.
2단계. 표정과 말투도 함께 점검하기
말은 괜찮다고 하면서 표정이나 한숨으로 불안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합니다.
말보다 한숨이나 찡그린 표정이 먼저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 아이에게 “엄마 지금 표정 어때?”라고 물어보면, 내가 어떤 얼굴로 숙제를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숙제를 봐주는 동안 한 번씩 “나 지금 표정 어때?”라고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스스로 못 느끼던 표정이나 한숨을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됩니다.
3단계. 불안한 과목은 다른 사람이나 자료의 도움을 받기
부모가 유독 불안한 과목이라면, 직접 가르치기보다 다른 자료나 사람의 도움을 활용합니다.
부모: “이 부분은 엄마도 헷갈리니까, 이 영상이랑 같이 보면서 해보자.” 아이: “엄마도 같이 배우는 거예요?” 부모: “응, 같이 배우면 되지. 엄마가 모른다고 네가 못 배우는 건 아니니까.” 아이: “그럼 엄마도 저랑 같은 학생이네요.” 부모: “그러네, 오늘은 같이 배워보자.”
부모가 유독 자신 없는 단원이 있다면, 그 부분만큼은 영상 강의나 다른 가족의 도움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으로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유의사항
- 이미 불안한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고 해서 돌이킬 수 없는 건 아닙니다. 태도를 바꾼 이후의 경험이 다시 쌓이면 됩니다.
- 연구에서 확인된 영향은 개입 빈도와 맞물린 것이므로, 아주 가끔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부모 자신의 불안이 크다면, 그 과목만큼은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역할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뜨끔했던 순간 이후
아이의 한숨과 말투에서 제 모습을 발견한 뒤로, 수학 앞에서 하는 말과 표정을 훨씬 더 의식하게 됐습니다. 완벽하게 티를 안 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예전보다는 “어렵다”는 말 대신 “같이 해보자”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됐습니다.
참고한 연구 자료
- Maloney, E. A., Ramirez, G., Gunderson, E. A., Levine, S. C., & Beilock, S. L. (2015). Intergenerational Effects of Parents’ Math Anxiety on Children’s Math Achievement and Anxiety. Psychological Science, 26(9). — 초등 1~2학년 아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에서, 부모의 수학 불안이 자녀의 수학 성취 저하 및 불안 증가와 연관되는 것은 부모가 수학 숙제를 자주 도와줄 때에 한해서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후 더 크고 다양한 표본으로 진행된 재현 연구에서는 이 상호작용 효과가 그대로 재현되지 않기도 해, 관련 효과는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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