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집중력 높이는 공부환경, 태블릿 치웠더니 달라진 것들
30분 동안 겨우 세 문제
숙제를 시켜놓고 부엌일을 하다가 방을 들여다봤더니, 아이가 문제집을 펴놓은 채 태블릿으로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숙제하면서 왜 이걸 봐?” 물었더니 “그냥 켜놓은 거예요, 안 보고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30분 동안 푼 문제는 겨우 세 개였습니다.
동시에 여러가지 하면 안되는 이유
평소 같으면 집중력 문제로만 생각했을 텐데, 이번엔 다르게 보였습니다. 아이의 뇌가 동시에 두 가지를 처리하려다 오히려 둘 다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사람의 뇌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두 일 사이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뿐이라고 합니다. 그 전환 과정마다 에너지가 소모되고,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깊이 있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 상태 확인하기
바꾸기 전에 먼저 아이의 공부 환경을 점검했습니다.
부모: “지금 숙제하면서 뭐 하고 있었어?” 아이: “그냥 틀어놓은 거예요, 안 보고 있어요.” 부모: “근데 30분 동안 세 문제밖에 못 풀었네?” 아이: “어… 그러네요.”
이런 대화가 나온다면, 공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공부 환경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집중력 높이는 공부환경 만들기 3단계
1단계. 공부 시간엔 화면을 다른 방으로
태블릿, 스마트폰을 공부방이 아닌 다른 공간에 둡니다.
부모: “공부하는 동안엔 태블릿을 거실에 두자.” 아이: “네.”
2단계. 한 번에 한 과목만 펴두기
책상 위에 여러 과목 책을 한꺼번에 늘어놓지 않고, 지금 할 과목만 펴둡니다.
부모: “지금은 수학책만 펴두고, 나머지는 다 덮어두자.” 아이: “이따 국어 숙제도 있는데요?” 부모: “그건 수학 끝나고 다시 꺼내면 돼.”
3단계. 끝낸 뒤 확인하는 습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몇 문제 풀었는지” 함께 확인합니다. 스스로 변화를 체감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모: “30분 동안 몇 문제 풀었는지 세어볼까?” 아이: “어? 오늘은 여덟 개나 풀었어요.” 부모: “화면 없이 하니까 더 많이 풀리지?”
실천 시 유의사항
- 처음 며칠은 아이가 허전해하거나 답답해할 수 있으니, 갑자기 전면 금지보다 공부 시간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 화면을 치운 대신, 끝난 뒤엔 약속한 만큼 자유시간을 확실히 보장해줍니다.
- 부모도 같은 시간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게 아이에게 더 설득력 있습니다.
오디오북은 괜찮을까요
이렇게 화면을 치우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희 아이는 평소에 오디오북 듣는 걸 좋아해서, 블록 놀이를 하면서도 틀어놓고, 가끔은 오디오북을 틀어놓은 채 다른 책을 펴서 읽기도 합니다. 이것도 태블릿과 같은 ‘멀티태스킹’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찾아보니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였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 일이 뇌의 ‘같은 처리 통로’를 쓰는지 여부였습니다.
부모: “블록 쌓으면서 오디오북 들으니까 어때? 이야기가 들려?” 아이: “네, 다 들려요. 손은 그냥 움직이는 거예요.” 부모: “그럼 이 책 읽으면서 오디오북도 같이 들으면?” 아이: “어… 그건 좀 헷갈려요.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놀이 + 오디오북은 서로 다른 처리 통로를 씁니다. 블록을 쌓는 건 손과 공간 감각을 쓰는 일이고, 오디오북을 듣는 건 언어를 처리하는 일이라 서로 부딪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이도 “손은 그냥 움직이는 것”이라고 정확히 표현했습니다.
반면 책 읽기 + 오디오북은 둘 다 언어를 처리하는 같은 통로를 씁니다. 눈으로 읽는 문장과 귀로 듣는 다른 이야기가 뇌 안에서 서로 경쟁하게 되고, 그래서 아이도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헷갈려한 것입니다. 이건 앞서 말한 태블릿 애니메이션과 같은 종류의 간섭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구분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 놀이 시간(블록, 그리기, 산책 등): 오디오북을 틀어놓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접하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는 시간: 오디오북은 잠시 꺼둡니다. 같은 언어 처리 통로를 쓰기 때문에 오히려 두 가지 다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오디오북’이라도 무엇과 같이 하느냐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셈입니다.
30분 만에 여덟 문제로
처음 며칠은 아이가 허전해했지만, 같은 30분 동안 풀어내는 문제 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이렇게 하니까 더 빨리 끝나요”라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은 공부방에 들어갈 때 화면을 치우는 게 자연스러운 루틴이 됐습니다. 바쁘게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 한 번에 하나씩 제대로 끝내는 게 결국 더 빠른 길이라는 걸 아이와 함께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참고한 연구 자료
- Rubinstein, J. S., Meyer, D. E., & Evans, J. E. (2001). Executive Control of Cognitive Processes in Task Switch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27(4). — 사람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전환할 뿐이며, 이 전환 과정에서 시간 손실과 오류 증가가 발생한다는 걸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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